[2월 특별 인물 인터뷰]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저자 용석경 작가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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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경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과 삶의 변화를 글로 풀어내며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를 집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결실인 도서 인세 전액을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나누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암 경험 이후의 삶과 일상으로의 복귀,
그리고 글과 나눔으로 이어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픈 시간 덕분에 더 깊고 단단해진 일상에서,
같은 길 위에 선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치료만 마치면 모든 아픔이 사라지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달라진 몸과 마음에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고,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괜히 위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요.
물론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일상의 보석 같은 순간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하루가요.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평범한 순간들.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이 크나큰 선물과 축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건 또 다른 레이스의 시작 같았어요.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고 주변의 시선에 대한 걱정도 있었거든요. 그때 동료들의 배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어요.
“참 좋은 분인데 소식 듣고 걱정했어요. 힘들었겠지만 잘 이겨내고 돌아와 줘서 고맙고 멋져요. 업무는 천천히 적응하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그 말 한마디가 복직 후 좌충우돌하던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어요.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따뜻한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배웠고요.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보통 암이라면 치료만 떠올리지만, 이후에도 삶은 계속돼요. 오히려 일상과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이 더 외롭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암경험자라면 대부분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겪을 때는 참 막막하더라고요.
저처럼 고군분투하는 암경험자분들께 용기와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난 시간을 정리하다 보니 결국 누구나 각자의 우여곡절을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병이든 또 다른 형태의 시련이든요.
“아픔, 그 덕분에 삶을 더 깊고 즐겁게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픔을 미화하거나 억지로 긍정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이후의 삶을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책을 쓰는 시간은 저에게 회복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출발선이었어요. 지난 시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거든요. 그전까지는 버티기에 급급했다면, 글을 쓰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 삶의 방향까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며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낸 저 자신을 향한 애틋함이었던 것 같아요. 원고를 마쳤을 때 깨달았어요. 저는 더 이상 단순히 ‘암을 겪은 사람’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선택한 사람’이 되었다는걸요. 스스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느낄 만큼 깊은 변화였어요.
온 마음을 담았지만,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고 긴장도 됐어요. 그런데 이런 메시지들을 받았어요.
“삶이 너무 힘겨워 주저앉고 싶었는데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꼭꼭 감춰두었던 암경험자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해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제 작은 경험이 누군가의 마음과 닿았다는 사실이 신비롭고 감사했어요. 아픔은 참 닮았구나 싶으면서도,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회복하고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도 느꼈고요.
제 글이 누군가의 어깨를 조금 가볍게 해주고,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오랫동안 고민한 삶의 의미를 조금은 찾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많은 것을 저의 노력으로만 이루어냈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사는 것도 나와 가족을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아픈 시간을 지나며 ‘나’가 아니라 ‘우리’의 힘을 깨닫게 되었어요. 치료의 시간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제 삶이 수많은 사람의 따뜻한 손길과 도움 위에 세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책의 결실도 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아이들의 치료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같이 견디는 가족을 보듬고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민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어요. 제가 바라는 암경험자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와 인식 개선과도 닿아 있다고 느꼈고요. 긴 삶을 암경험자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고 싶었어요.
예전에 한 20대 암경험자분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어요. 암을 경험했지만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제 모습이 큰 힘이 된다고요. 그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걸요.
저는 암경험자가 ‘아팠던 사람’이 아니라, 아팠지만 잘 견뎌내고 다시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요.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를 제 삶으로 실천하면서 작은 목소리를 계속 내보려고 해요.
언젠가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꿈꾸면서요. “그래도 참, 재미있게 살았네.”
지금의 시간이 버겁고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긴 삶 속에서 잠깐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언젠가 돌아보며 ‘그땐 그랬지’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지도 몰라요.
우리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덕분에 작은 것에도 더 깊이 감사하고 더 많이 웃을 수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을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을 살아내며 이미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매일 해피엔딩!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글과 나눔의 진심이
지금도 치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앞으로도 환아와 가족들이 다시 일상으로,
다시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함께하며 응원을 이어가겠습니다.